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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은 테스토스테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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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jadam.kr 2012-10-06

산업화 사회에서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5년 이상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수명이 10% 정도 짧은 것은 인간과 동물에게 공통적인 현상인데, "남성 호르몬이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킴으로써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1, # 2). 그밖에 과학자들은 남녀 간의 수명 차이를 「여성의 건강한 생활습관」에서부터 「여성 세포의 강인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9월 24일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는, "환관(거세된 남성)의 수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데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려 관심을 끌고 있다(# 3).

사실 "테스토스테론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거세된 개(犬)와 기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이 상실된 동물들은 멀쩡한 동물들에 비해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거세와 수명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자료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며, 설사 그런 연구가 있다 하더라도 일관된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1969년 미국 캔자스주의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는, 남성의 기능을 상실한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14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1993년 이탈리아의 카스트라토(castrato: 여성의 파트에 해당하는 고음을 내기 위해, 어린 시절에 고의로 거세시킨 남자 가수)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는, 거세와 수명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한민국 인천광역시에 소재하는 인하대학교의 민경진 교수(생물학)는 환관에 대한 TV 드라마를 시청하던 도중 「거세와 수명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마땅히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민 교수는 "한국의 풍부한 역사 기록을 찾아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19세기 후반까지, 한국의 지배자(왕족)들은 환관을 고용하여 왕실의 대소사를 관장하게 해 왔다. 이 환관들은 중국의 환관들과는 달리 결혼을 하여 (사고로 또는 고의로) 거세된 소년을 양자로 들이도록 허락되었는데, 마침 한국에는 양세계보(養世系譜)라는 환관의 족보가 현존하고 있어, 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 사이에 살았던 환관 385명의 출생일과 사망일, 그리고 기타 상세한 개인사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양세계보는 고려 말~조선 초(1741~1816)의 내시 윤득부를 시조로 하는 환관 가문의 족보로 1805년 이윤묵이 편찬했으며, 조선 선조 때의 환관 김계한 집안의 가승(家乘)과 함께 전 세계에 둘뿐인 환관 족보다.]

민 교수는 고려대 이철구 교수(생명공학부),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연구원과 함께 양세계보를 심층분석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양세계보의 내용을 다른 역사기록들(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과 비교검토한 끝에, 환관 81명의 수명(평균 70.0 ± 1.76세, 범위 27~109세)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알아낸 환관들의 수명을, 동시대에 비슷한 사회적 지위에 있었던 3개 가문의 남성들의 수명과 비교하였다(이 세 가문은 궁 출입이 잦은 관직을 많이 배출, 생활 환경 면에서 궁에서 일했던 환관과 큰 차이가 없었다.). 비교 결과 3개 가문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50.9~55.6세로, 환관들은 거세되지 않은 동시대 남성들에 비해 14~19년 정도 더 오래 산 것으로 밝혀졌다(첨부그림 2 참조). 81명의 환관 중에는 100세 이상 산 사람들(centenarians)도 3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는데, 3/81이라는 수치는 오늘날의 일본(3,500명 중 한 명)과 미국(4,400명 중 한 명)에 견주어 볼 때 놀라운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임금과 남성 왕족의 평균 수명은 각각 45.0 ± 2.79세, 47 ± 3.21세로,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가용신체설(disposable soma theory)에 의하면, "인체의 자원은 생체의 회복(somatic repair)과 생식(reproduction)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배분되며, 신체의 노화는 생식이라는 대가를 치름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4).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도 이러한 상충관계(trade-off)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경우, 수명과 생식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에는 오류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재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환관과 일반인들의 수명이 14~19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과, 환관들 중에 100세 이상 살았던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고 민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환관들이 오래 살았던 이유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환관과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가 「테스토스테론의 유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테스토스테론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시한다. 나아가 이번 연구는 남성과 여성의 수명 차이를 설명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텍사스 보건과학센터의 스티븐 오스타드 박사(노인학)는 논평했다.

민 교수는 "다른 문화에서도 환관은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代)를 이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가능했던 연구"라며, "향후 중년 이후 남성의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매우 철저하게 기획되고 잘 통제된 연구이다. 노화와 수명의 성별 차이는 미개척 연구분야로,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하여 테스토스테론이 중요 테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녀 간의 수명 차이에 기여하는 모든 요인을 확인하면, 그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굳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거나 훼손하지 않고서도 남성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스타드 박사는 덧붙였다.

※ 원문정보:

1. Westendorp, R.G.J., and Kirkwood, T.B.L. (1998). Human longevity at the cost of reproductive success. Nature 396, 743?746.

2. Gavrilov, L.A., and Gavrilova, N.S. (1999). Is there a reproductive cost for human longevity J. Anti Aging Med. 2, 121?123.

3. Kyung-Jin Min, Cheol-Koo Lee, Han-Nam Park, (2012) The lifespan of Korean eunuchs, Current Biology

4. Ljubuncic, P., and Reznick, A.Z. (2009). The evolutionary theories of aging revisited-a mini-review. Gerontol. 55, 205-216.

키워드 : 수명, 테스토스테론, 환관, 거세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2/09/korean-eunuchs-outlived-uncastra.html?ref=hp

기사입력시간 : 2012-10-06 11:42:58

제공:kisti,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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