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사람들' 조영상 대표, 순천친환경농업대학 강의
친환경농업 해도 돈 안 된다
“친환경 농업을 해도 돈은 안 돼요.”
이게 뭔 말인가 ‘순천시 친환경 농업대학’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 조영상 대표의 강의는 듣는 사람의 귀를 의아하게 만듭니다. 왜, 조 대표는 도발적인 말로 강의를 시작하는지 엿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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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은 돈이 된다고 하죠. 이 말은 친환경 자재 판매업자의 이익”을 위한 말입니다. 비싼 친환경자재를 사서 유기농을 해서 돈 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농민의 힘으로 기술의 진보를 이루어야 합니다. 자재업자의 힘으로 유기농을 하는 것은 고비용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친환경농업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관행농업보다 적은 비용을 들이는 새로운 친환경농업으로 바뀌지 않으면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조 대표는 강의 중간 중간에 자신의 말을 되묻는다. 눈이 커지며 약간 허리를 구부정하며 자신의 말을 되묻는 것은, 아마 우리 농업의 위기가 절박하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이삼 년 뒤 우리농업이 살아남느냐 죽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TV를 보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조 대표는, 인터넷으로 ‘불멸의 이순신’은 찾아서 본다고 합니다. 배수의 진을 친 이순신 장군의 얼굴에 조 대표의 얼굴을 언 듯 찾아볼 수 있다.
“기존엔 고비용으로 가능했던 것을 최소비용으로 이루어야 해요. 최소비용으로 고품질, 안정성, 다수확을 해야 합니다.” 오늘 강의의 주된 내용은 조금 황당한 듯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겁니다.
“2010년에 10%의 친환경인증을 목표로 한다죠. 이중 95%가 저농약인증이잖아요.” 부끄럽게도 농약, 화학비료 사용 세계 1위가 우리나라입니다. 2위가 일본인데, 일본보다 10배 많은 농약을 사용합니다. 저농약인증을 가지고 친환경인증 말하는 것은 가짜 자부심입니다.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 세계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안정성, 이걸 하지 않으려면 친환경농업하지 말아야 해요. 무농약인증 이상의 목표를 가져야 하고, 이 배짱이 없으면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농약은 가는 길이 다르다
우선 자신이 재배하는 면적의 1/5, 1/10부터라도 저농약이 아닌 무농약을 시작합시다. 저농약 하다보면 무농약으로 가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저농약 노하우론 몇 년이 지나도 무농약을 할 수 없습니다. “저농약하고 무농약은 길이 다릅니다. 무농약으로 10% 재배해서 하나도 생산한 게 없어도 무농약 노하우가 남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내 말이 맞죠 노하우가 남고 내 농장이 무농약인증 농장이 되는 거예요.”
조 대표의 손은 연신 멈추지 않는다.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나머지 손은 쉬지 않고 제스처를 합니다. 듣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할 땐 함께 손을 잡고 가자는 듯 손등을 아래로 내리고 정중히 손을 내밉니다. 칠판에 강의 내용의 큰 줄기를 적고 하나씩 짚어갑니다. 하나라도 놓칠까 꼼꼼히 짚어가며 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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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을 앞장서서 하시는 농민들 보세요. 무농약을 최소비용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비용으로 친환경농업해서 망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앞으로 내밉니다. 함께 손을 잡고 가자는 듯.
“수입개방이 되고 이삼년이 지나면 농산물 시장은 비상사태가 일어나요. 농민들의 수입은 5년 뒤 1/3로 수입이 감소 할 겁니다.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급등, 급락이 심해지지요.”
농업의 위기를 말하며 중국 농업현황을 설명합니다. 중국에서 사과가 세계 생산량의 41%, 우리나라의 80배, 배는 61.4%, 31배, 쌀은 34%, 과채 61%. 엄청난 양입니다. 바로 우리와 한 시간거리에 세계 농산물 강대국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이 살아남으려면, 우리와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의 농민이 어찌 사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국 농민 한가구 한달 생활비가 10에서 30달러에요. 일당이 우리 돈으로 2000원에서 6000원 이고.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해요.”
무한정 절망은 아니다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 중국도 11년 뒤에는 임금인상이 되어 우리와 차별없는 생활을 할 겁니다. 우리가 10년을 올바로 설계하면 10년 뒤엔 중국과 당당히 맞설 겁니다.”
“무한정 절망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가 친환경농업 비전 만들기를 이야기 할 겁니다.” 조 대표의 목소리는 높아집니다. 과연 조 대표가 생각하는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친농에 성공하려면 고품질이어야 하고, 싸고, 신속해야 하지요. 그렇지 않아요 내 농산물의 원감절감이 목표가 되어야 해요.” 농사짓는데 가장 큰 원가가 들어가는 게 어딥니까 생활비가 75% 차지합니다. 초절제 초자립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통신비 줄이고, 유흥비 줄이고, 필요 없는 차는 팔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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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하자 강의실이 웅성거린다. “잘 살자고 농사짓는” 것 아니냐며 옆 사람에게 속삭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위기를 파악한 조 대표는, “저를 여기에 왜 세운지 아십니까 이런 이야기 하라고 세운 거예요. 대신에 저보고 욕 얻어먹으라고.”
앞줄에 앉은 한 분이 “몇 년 전에 교육 받을 땐 기동성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차를 샀는데….”라고 우스개 말을 합니다. “제가 그랬어요. 그런 적 없는데….” 조 대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합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우리 농민은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한 죄 밖에 없었으니까.
아내는 시다발이가 아냐
삶이 바뀌지 않고는 관행농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친환경농업은 썩어가는 세상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최소비용으로 지어야 합니다. 포장비와 자재비를 합친 비용이 평당 플러스 마이너스 200원을 넘으면 안 됩니다. 친환경농업 직불보조비로 헥타르당 80만원이니, 비용을 제로로 추진하는 겁니다. 자신의 농삼물 가격을 최소 목표치에 맞추고 비용을 투입해야합니다. 이럴 때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을 하려면 부부가 함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내가 시다발이가 아니라 (농사의) 주체적 동반자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먼저 아내를 가사노동에서 해방 시켜야 합니다. 농업의 전문가가 되도록 도와줘야 하고, 친환경자재 제조 전문가로 만들어야 하고, 컴퓨터 전문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맨 날 약 칠 때 줄이나 잡아주는 사람으로 취급하면 안 되지요. 줄이 꼬이면 소리 꽥 지르지요. 친환경자재를 만드는 일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 아내가 더 잘합니다. 아내를 자재 전문가로 만드세요. 앞으론 판매수단을 농가에서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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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산물이 밀려들어오면 도매시장 기능이 마비될 겁니다. 농민 스스로 인터넷 마켓팅을 해야 합니다. 내 농장을 신뢰하고 사먹을 수 있는 소비자 50명을 만들어야 합니다. 품목을 다양화하고 소득을 일 년 내내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을 해야 합니다. 농민의 가정이 무대가 되어 소비자 관계를 꾸려야 합니다. “도시 소비자가 언제든지 찾아와 농사를 볼 수 있고, 하룻밤 자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합니다.
“도시 소비자의 한 달 식탁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삼십만 원 정도 들어요. 이 가운데 10%는 우리 농장을 이용하게 해야지요. 이렇게 오십 명이면 백오십만 원….”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시간을 값지게 쓰자고 합니다. “농민은 생명 연구자입니다. 핸드폰 끄시고, 모임 나가는 것 줄이고, 텔레비전 보지 마시고 지속적인 고민의 시간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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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에 시작한 강의는 벌써 12시를 가리킵니다. 밥을 먹고 계속하자는 말에 그제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교육장을 메운 60명의 농민들.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고, 불만의 소리를 하는 농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 대표의 눈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는 알 겁니다. 아니, 모두의 눈이 한 곳을 바라 볼 겁니다. 희망이냐 절망이냐는 농민들의 마음에 있습니다.
기사입력시간 : 2005-09-27 11:33:59
오도엽 기자, 다른기사보기#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