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있어서 2008년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몰락의 길을 걸어 파산으로 가다가 기사회생한 형국이다. 재정적 정치적(?) 심각한 좌절감 속에서 20년의 인생을 정리하고 마지막 옳은 소리를 내야겠다는 최종선택이 ‘천연농약 전문강좌’였다. 가계(家系)를 거스르는 씻기 힘겨웠던 아픔도, 필자가 목소리를 낼 시간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초조함도 있었다.
천연농약 전문강좌 수료생 5,500명을 넘겨 남도의 밑바닥, 교통도 좋지 않고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가까운 친구조차도 발길을 쉽게 돌릴 수 없는 하동에서 매주 금요일 시작한 전문강좌가 이제 86회째를 넘겼다. 3명이 온 적도 있었고 4명, 5명을 놓고 하루 종일 강좌를 하기도 했다. 현재 수료생이 5천 5백 명을 넘겼으니 전국의 친환경농민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이 강좌를 채택한 농업기관이 50곳을 넘어가고 있다.
| ⓒ www.jadam.kr 2009-01-02 [ 조영상 ] 2008년을 준비하며 그동안 필자에게 가르침은 준 선배농민 200여분들의 사진을 정리, 액자에 담아 발송하는 작업을 했었던 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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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를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특히 과학적으로 불일치가 없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의도적으로 많은 선배님들께 강좌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받으려 애썼다. 고맙게도 그간 필자를 키워주신 많은 선배님들이 전문강좌 확산의 전도사가 되어주셔서 이 강좌가 전국 단위에서 실시되게 되었다.
한국 친환경농업 비전 ‘SESE’가 연다 난황유를 개발하여 친환경농업 기술 안정화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농진청의 농업과학기술원 유기농업과장인 지형진 박사님께서 강좌 전체를 듣고는, 농가단위에서 진행되는 친환경자재의 자가제조 기술을 발굴하여 이를 더욱 표준화하고 과학화하는 사업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해 3년간 일정으로 연구사업에 팀장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를 자가제조 기술을 더욱 표준화하고 과학화하여 더 쉽게 하면서 효율을 증대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과장님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자닮의 농업정책인 Simple, Easy, Science, Effective (‘SESE’-간단하고, 쉽고, 과학적이고 효과적인)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이제는 지형진 자신의 슬로건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속으로 짠한 희열을 맛보기도 했다. 기술적 노하우를 독점하여 기술의 진보를 막는 특허제도에 대해서도 반대하면서 이번 연구사업의 결과가 농가적 제조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뜻에도 의기투합하였다.
‘SESE’의 지향, 선배님들과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자닮의 노력으로 ‘20살 먹은 싸가지 없는 자식이 아버지의 농사를 만만하게 보고 칠순이 넘어선 농민도 그럭저럭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이 더욱 대중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농업희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된다.
2009년, 미래사회 준비 원년으로 삼자! 2009년, 개인적으로 혼자 즐기는 술을 접기로, 혼자서는 술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요즘 들어 앞으로 남은 인생이 50년이란 생각을 자주하게 되면서 내린 결단이다. 2025년 선진국 평균수명이 95세까지 갈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었다. 2060년까지 살게 되는 건데 참 길게(!) 남았다는 느낌이다. 요즘 읽은 미래서적들을 보면 지구환경 위기와 더불어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있을 것을 설명하고 있다.
| ⓒ www.jadam.kr 2009-01-02 [ 조영상 ] 82기 <천연농약 전문강좌> 이수한 분과 함께 사진을 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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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능력으로 극복하기 힘겨운 엄청난 환경재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 한계와 금융자본의 무한투기로 인한 파국을 극복하려는 격동의 몸부림, 세계 모든 부의 잣대인 기축통화 달러화가 붕괴되고 새로운 통화로 재편되는 복잡한 과정, 고령사회화되는 선진국들의 경제적 역동성 상실, 세계 인구의 증가와 지하수의 문제로 식량과 물의 문제는 최대의 현안으로 등장하여 수십억의 인구가 고통을 받고 이주하는 극단적 위기, 석유에너지의 고갈과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국면을 관통해야 2060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참 많이 남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농업 역시 이 험난한 과정을 관통해 가야만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닮은 어떤 길을 지향하며 한국농업을 이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에 고민을 하게 된다. 농업의 길을 가는 모든 농민들이 처절하게 힘에 부치는 싸움에 길로 들어서게 되고 상당한 농민들이 길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미래사회 최대현안이 될 식량과 물의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가 농민의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융위기의 파장이 전세계에 파급되는 요즘의 현상을 목도하며(세계 금융의 귀재로 대표되는 조지 소로스가 2008년 4월에 발간한 책인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소로스는 미국 금융위기를 언급했지만 미국의 위기로 전세계가 위기에 처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언 했었다) 앞으로 연이어 발생할 다른 위기는 얼마나 한국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인가에 대해 잠자리를 설치게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내수경제 기반이 너무도 취약하며 석유와 원자재를 거의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래사회 안전성에 가장 중대한 식량자급도가 26%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제적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나라일 수 밖에 없다.
요즘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여 경제 진단을 하는 증권전문가, 보험전문가, 경제전문가들의 대부분의 얘기는 단기 회복을 주장하는데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그 상품 팔려야 돈을 버는 사람이기에 미래 장기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진단을 전혀 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소 사람들이다. 대기업 연구소 사람들은 주식가가 계속 떨어지는 일은 최대한 피하려는 기본 속성을 가지고 의사를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필자는 상황이 빨리 회복되기를 고대한다. 단지 염려스러운 것은, 이 사회의 거의 모든 흐름이 장기적 비전과 준비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이러한 위기가 발생할 수 없는 든든한 구조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듯한 것이다. 우울하게도 나라의 집권자의 모습에서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좀 처럼 볼 수가 없다. 필자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인데,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희망을 지향한다'라는 자세로 갔으면 한다.
자닮이 열고자 하는 미래사회 비전은 ‘5自’앞으로 미래사회는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잡고 준비하는 가가 더 중요 할것이다. 방관은 이제 실패와 종말에 더욱 가까워 진 것 같다. 그저 시류에 편승해 떠 가면서 적당히 살게 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냉철한 이성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혜안이 절실하다. 앞으로 모두가 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래사회를 온전히 준비하는 사람만이 적어도 2030년을 넘어설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닮은 미래사회의 비전을 어떻게 제시해야 할까 늘 고민하면서 다음과 같이 간단한 용어로 정리를 해보았다. (한자의 연관성이 문제가 있다면 조언을 바란다)
| ⓒ www.jadam.kr 2009-01-02 [ 조영상 ] 자닮이 위치한 지리산 악양골이다. 이곳까지 그 먼곳에서 찾아오는 분들께 늘 고맙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을 다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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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農(자농) : 식량과 농산물, 물을 자급하는 삶
自醫(자의) :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삶
自經(자경) : 화폐 의존도를 낮춘 자립경제 지향의 삶
自電(자전) :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자급하는 삶
自聖(자성) : 진리를 내 가슴으로 얻는 영성의 삶.
이것은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앞으로 세계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의 격동속으로 빠저들게 될 것이라는 것과 식량과 물, 에너지의 문제는 적어도 개인의 지혜로운 노력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또한 정치와 종교에 대한 깊은 절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종교가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이었고 정치가는 집권기간 동안만 ‘나라를 임대해 쓰는 사람들’에 불과하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임대!' 필자가 붙인 말인데 너무도 냉소적 표현이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5自’는 증권가, 은행가, 부동산업자, 정치가, 의사, 종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인데 자연은 살아야만 하고 인간은 행복해야만 하는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세계화의 확대로 개인의 모든 삶이 더욱 복잡한 관계성에 종속되어가 개인이 변화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점점 축소되는 것 같지만, 그럴수록 개인적 차원에서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가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속해 가야 한다. 그것이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 지겠지.. 분명, 나의 행복과 농업의 미래를 그 복잡성에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필자는 전과 달리 ‘서두름 없이’ 자닮 계획의 매듭을 10년 단위로 세웠다. 2010년부터는 친환경농업 현장 취재의 영역을 일본과 중국까지 늘여나간다는 계획도 있다. 그런데, 모든 계획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로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필자 자신의 문제, 술의 문제였다. 그래서 그 좋아하는 술, 적어도 혼자서는 먹지 않기로 다짐한 것이다. 잘 할 수 있을는지..
자닮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늘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으로, 지혜롭게 시대를 열어가야겠다는 생각 속에 있다. 희망만 말할 걸, 너무 무거운 이야기까지 늘어놓아 죄송스럽다.
2009년, 미래사회 준비에 원년으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앞으로 죽게될 그 시간까지 바라보며 준비했으면 합니다. 큰 변화의 격동기가 스쳐지나갈 것이고 상황은 더욱 어려워 질 것입니다. 그러나 서둘지 말고 천천히, 과민해 건강을 잃지도 마시고 매 순간의 풋풋한 행복도 소중히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작은 것부터 사랑으로 안고 가는거죠.
그동안 관심과 성원에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