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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버섯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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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의 신비(70)

 

www.jadam.kr 2009-11-28 [ 최종수 ]
노란 뽕나무버섯

 

뽕나무버섯이라고 부르는 버섯은 단일종이 아니라 북미주에는 적어도 10여종(학자에 따라 14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뽕나무버섯 복합체(complex)라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만나는 육안으로 구분되는 것만 해도 네 종류나 된다. 거기다가 뽕나무버섯이 감추고 있는 비밀 또한 흥미로운 일이라 오늘은 뽕나무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우선 그 네 종류에 대하여 살펴보자.

 

1. 노란색 뽕나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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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뽕나무버섯

 

학명은 Armillaria mellea(Vahl: Fries) P. Kummer. 다른 학명은 Armillariella mellea(Vahl) P. Karst. 영어속명은 이 버섯의 색깔이 꿀 색깔이라고 하여 Honey Mushroom(그러니까 한국이름으로 "꿀밀버섯") 또는 그 균사속이 구두끈처럼 생겼다 하여 Bootlace fungus라고 한다.

 

노란색(꿀 색깔) 갓을 가지고 있고 갓 표면 위에 미세한 털 같은 침이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갓 중앙으로 갈수록 밀집하여 그 색깔이 짙어진다. 습하면 매우 미끄럽고 끈적거린다. 주름은 대에 붙은형인데 노균이 되면 약간 내리주름처럼 보이고 처음에는 하얀색이다가 차차 녹슨 갈색 또는 적갈색으로 변한다. 대(자루)는 비교적 긴 편으로 5-12.5cm나 되고 그 아래 위 굵기가 비슷하나 밑으로 내려 갈수록 약간 굵어진다. 대 표면은 흰색이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갈색이 된다. 노란 턱받이가 대 위쪽에 분명하게 붙어있다. 포자색깔은 흰색이다.

 

미 동부지역에서는 가을 9월-10월에 드물지만 살아있는 활엽수 밑동에, 주로 죽은 참나무 등걸이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발로 많이 돋는다. 때때로 땅위에 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땅속에 묻혀있는 죽은 나무뿌리에서 돋은 것이다. 생식하면 중독되나 잘 삶아서 삶은 물은 버리고 조리하면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많은 분들이 표고 대신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뽕나무버섯에는 유리 아미노산 27종이 들어 있고 항종양, 항진균, 항바이러스 등 약리작용 외에도 적응증으로 시력감퇴, 야맹증, 피부 건조증, 호흡기 및 소화기 감염증, 점막분비능력 감퇴, 불면증, 신영쇠약, 구루병, 전간, 현휘, 요퇴동통에 좋다고 한다(박완희, 한국약용버섯도감, 140-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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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다발버섯

 

이 뽕나무버섯과 생긴 것만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돋는 시기와 장소도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운 독버섯은 노란다발버섯(Naematoloma fasciculare, Sulfer Tuft)과 갈황색미치광이버섯(Gymnopilus spectabilis, Big Laughing Gym)이다. 뽕나무버섯의 포자색은 흰색인데 비하여 노란다발버섯의 포자색은 자갈색이며 갈황색미취광이버섯의 포자색은 갈색이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 또 뽕나무버섯의 맛은 달지만 다른 두 독버섯의 맛은 쓰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

 

2. 갈색 뽕나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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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뽕나무버섯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갈색 뽕나무버섯의 학명은 Armillaria gemina Berube & Dessureault 라고 하여 주로 활엽수에 돋는 것이 특징이고, 미 서북부지역에서 돋는 갈색의 잣뽕나무버섯의 학명은 Armillaria ostoyae(Romagn.)Herink 라고 하여 주로 침엽수에 돋는 것이 특징이다. 영어속명은 이 버섯 역시 노란 뽕나무버섯처럼 Honey Mushroom 또는 그 턱받이가 하얗기 때문에 White Ring Honey Mushroo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릴 때는 약간 분홍색이 섞인 갈색 갓을 가지고 있고 차차 진한 갈색으로 되며 적갈색의 털 같은 침이 갓 위에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갓 중앙의 색깔이 더 짙다. 주름살은 대에 붙은형인데 색깔은 흰색이다가 크림색을 거쳐 갈색으로 된다. 갓이 피어나기 전 어릴 때는 하얀 막 같은 베일로 덮여 있다가 갓이 피어나면 하얀 턱받이가 된다. 대는 그 길이가 노란 뽕나무버섯 보다 짧으며 갓보다 더 엷은 갈색이다. 포자색은 물론 흰색이다. 이 갈색 뽕나무버섯 역시 가을에 미 동부지역에서는 주로 활엽수 등걸이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발로 돋는다. 참나무는 물론 너도밤나무, 심지어 쓰가나무(Tsuga canadensis, Eastern Hemlock)라는 침엽수 밑동에 돋은 것을 본 적도 있다.

 

갈색 뽕나무버섯 역시 생식하면 안 되며 잘 익혀먹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잘 삶아서 우선 한 개만 먹어보고 아무 탈 없으면 나중 식용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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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황토버섯

 

(가을황토버섯 Galerina marginata )

 

혼동하기 쉬운 독버섯은 가을황토버섯(Galerina marginata, Deadly Galerina)이다. 처음에 미국에서는 이 독버섯의 학명을 Galerina autumnalis라고 불렀으나 최근 DNA 검사결과 유럽에서 돋는 G. marginata와 동일한 것이 밝혀져 유럽의 이름인 G. marginata라고 고쳐 불러야 된다고 한다. 독우산광대버섯이나 알광대버섯에 들어 있는 치명적인 독성분과 같은 독성분(Amatoxin)이 들어 있는데 봄에도 돋지만 주로 늦가을에 많이 돋아난다. 이 맹독버섯도 갈색이며 대에 턱받이가 있으며 역시 죽은 나무 위에 돋는다. 이 맹독버섯은 많이 썩은 나무에 돋지만 갈색 뽕나무버섯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 포자색이 갈색이라 하얀색 포자를 가진 뽕나무버섯과 구별된다.

 

3. 땅에 돋는 갈색 뽕나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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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돋는 갈색 뽕나무버섯

 

학명은 Armillaria gallica Marxm. & Romagnesi. 다른 학명은 A. mellea var. bulbosa Barla. 또는 Armillariella bulbosa(Barla.) Romagnesi 또는 Armillaria lutea 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어속명은 없다.

 

다른 뽕나무버섯에 비교하여 그 크기가 작은 편이며 처음 돋을 때는 구형이다가 갓이 피어나면서 둥근 산 모양을 거쳐 편평해진다. 갓은 건조한 편이고 역시 다른 뽕나무버섯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털 같은 갈색에서 적갈색의 침이 돋아 있고, 갓이 피어남에 따라 갓 중앙에 밀집하여 그 색깔이 짙어진다. 전체 갓 색깔은 갈색이며 엷은 분홍색이 섞인 적갈색이다. 주름살은 다소 빽빽하고 어린 것은 대에 붙은형이다가 늙어감에 따라 차차 내린 주름형이 된다. 처음에는 크림색이 섞인 흰색이지만 차차 갈색이 되고 적갈색 반점이 생긴다. 대는 그 기부가 볼링대 세워 좋은 것처럼 둥글게 부풀어 똥똥한데 홀로 돋은 것이 더 똥똥하고 여럿이 모여 돋은 것은 덜 똥똥하다. 턱받이는 처음에 치마 두른 것처럼 둥글게 늘어져 있다가 나중에 떨어져 나가고 솜 같은 턱받이 흔적만 남는다. 포자색은 역시 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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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돋는 갈색 뽕나무버섯

 

(땅에 돋는 갈색 뽕나무버섯의 주름부분과 턱받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갈색 뽕나무버섯의 특징은 다른 뽕나무버섯들이 죽은 활엽수(드물게 침엽수) 등걸이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발로 무리지어 돋는 데 비하여 숲속 땅위에 여기 저기 흩어져 단생 또는 두세 개나 서너 개가 모여 돋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생균으로 숲속 땅위에 널려있는 나뭇가지들을 분해하여 숲속 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4. 턱받이가 없는 뽕나무버섯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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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버섯부치

 

학명은 Armillaria tabescens (Scopoli)Emel. 영어속명은 턱받이가 없기 때문에 Ringless Honey Mushroom이라고 부른다. 또 죽은 나무 등걸에 많이 돋기 때문에 Stump Mushroom이라고도 부른다.

 

뽕나무버섯부치는 갈색 뽕나무버섯과 그 생긴 모양이나 색깔이 거의 똑같지만 영어속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대에 턱받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다른 갈색 뽕나무버섯과 비교하여 그 크기가 더 작고 대(줄기)도 약간 더 가늘며 돋는 시기도 미 동부지역에서는 다른 뽕나무버섯 보다 더 일찍 돋는다. 또 돋는 장소도 죽은 나무 등걸이나 그루터기 주변에 무수하게 다발로 돋지만 죽은 나무뿌리가 묻혀 있는 땅위에 무더기 무더기로 많이 돋기도 한다. 특히 인가 근처에서도 많이 돋는다.

 

역시 다른 뽕나무버섯과 마찬가지로 생식하면 중독되기 때문에 잘 익혀 먹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뽕나무버섯에 비하여 그 뒷맛이 쓰기 때문에 아주 오래 삶아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다른 뽕나무버섯도 지천이라 뽕나무버섯부치는 자주 많이 만나지만 뒷맛이 쓰기 때문에 전혀 채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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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버섯부치 유균

 

이 뽕나무버섯부치 유균은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인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Omphalutus illudens (Schwein.) Sacc. 영어속명 Jack-O-Lantern)과 혼동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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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Jack-O-Lantern) 유균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유균. 이 독버섯은 짙은 주황색에다가 내리주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꾀꼬리버섯과 혼동하기 쉽기도 하다.)

 

뽕나무버섯의 비밀

 

뽕나무버섯은 주름을 가진 버섯들 가운데 몇 개 안 되는 산림에 폐해를 끼치는 심각한 산림병원균 가운데 하나이다. 죽은 나무 등걸이나 그루터기에서 양분을 취하는 부생균이지만 땅속으로 그 균사를 뻗어 노끈모양으로 뭉쳐진 균사속(rhizomorphs)이 살아있는 나무나 다른 식물 뿌리에 침범하여 뿌리썩음병을 일으켜 산 나무를 죽이기 때문에 그 산림 손실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한다. 죽은 나무껍질 바로 밑에 납작하게 된 검은 균사속이 마치 구두끈처럼 생겼기 때문에 뽕나무버섯을 영어속명으로 Bootlace Fungus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뽕나무버섯을 채취하여 이산 저산으로 옮겨 다니는 것은 그 포자를 퍼뜨려 삼림에 폐해를 주기 때문에 뽕나무버섯을 가지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는 것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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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버섯의 균사속

 

(뽕나무버섯의 균사속 rhizomorphs. 마치 구두끈 같은 균사속이 죽은 튤립 포플러 나무 껍질이 떨어져나가자 들어나 있다.)

 

뿐만 아니라 뽕나무버섯은 산림뿐만 아니라 과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뽕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 공중에 뽕나무버섯의 포자를 날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뽕나무버섯은 그 생활력이 가공할만하여 그 균사나 균사속은 멀리 100km까지 뻗어나갈 수 있고 거기서도 뽕나무버섯 자실체가 돋아난다. 그리고 어떤 뽕나무버섯은 450년 이상이나 되는 것도 있다 하니 놀라운 일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뽕나무버섯의 균사와 균사속은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발광체(bioluminescent)여서 밤이면 섬뜩한 느낌을 주는 기괴한 초록색 섞인 하얀색의 야광을 낸다는 점이다. 이 야광은 마치 반딧불이 야광을 내는 그것과 비슷한 화학반응이라고 한다. 그래서 뽕나무버섯의 균사나 균사속의 침범을 받아 감염된 나무에서 내는 무시무시한 불빛을 가리켜 "Foxfire"(인광)이라고 한다.

 

그리고 뽕나무버섯은 우리가 잘 아는 천마(天麻 Gastrodia elata)와 공생관계를 이루는 균근균이기도 하다. 아시는 대로 천마는 호흡기나 위장계통 질환에 효험이 높은 귀중한 약재여서 한국에서는 재배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뽕나무버섯이 많이 돋는 주변에서 자생하는 천마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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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된외대버섯과 뽕나무버섯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뽕나무버섯과 유산된외대버섯(임시이름 Entoloma abortivum [Berk. & M. A. Curtis] Donk. 영어속명 Aborted Entoloma) 사이의 관계이다. 뽕나무버섯이 돋는 철이 되면 산에서 종종 솜뭉치처럼 생긴 하얗고 둥글둥글한 덩어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본래 그렇게 생긴 버섯인 줄 알고 일단 "솜뭉치버섯"이라고 임시로 이름을 붙여 불렀다. 나중에 그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뽕나무버섯의 균사가 영향을 주어 유산된외대버섯의 모양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일그러져 솜뭉치처럼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뽕나무버섯의 영향으로 외대버섯이 유산된 것이다. 그래서 영어속명이 Aborted Entoloma(유산된 외대버섯)이다.

 

그러나 최근 Tom Volk 외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산된 것은 외대버섯이 아니라 그 반대로 뽕나무버섯이라는 것이다. 즉 기생균은 뽕나무버섯의 균사가 아니라 외대버섯의 균사라고 한다. 그래서 Tom Volk는 유산된 버섯의 이름을 유산된뽕나무버섯(Aborted Armillaria)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뽕나무버섯에 얽힌 비밀은 아직도 다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솜뭉치처럼 생긴 유산된 형태의 버섯이 눈에 띄면 '아하, 이 근처에 뽕나무버섯이 있구나' 알게 되고, 사실이 그러하여 어김없이 그 근처에서 뽕나무버섯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만물이 지닌 비밀을 어찌 인간의 두뇌로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

 

기사입력시간 : 2009-11-28 01:55:58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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