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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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애주름버섯. Mycena galericulata. 영어속명은 Common Mycena. 갓 색깔은 회색-회갈색-담황갈색이며 처음에는 원추형에서 종형이나 차차 반구형이 되어 갓 가장자리에 방사상의 주름이 두드러지고, 갓 중앙은 볼록하다. 대는 긴 편이고 회백색인데 기부로 갈수록 담갈색이 된다. 죽은 활엽수 그루터기에 많이 돋는다. 식용할 수 있으나 별로 가치가 없다.)
야생버섯 관찰의 한 묘미란 매튜 폭스(Matthew Fox)의 말을 빌려 말하면 창조 자연계의 아름다움과 오묘함, 그리고 그 우주적 깊이를 관상 음미하는 "긍정의 길"이다. 우리의 모태인 대지(大地)와 동무하는 것과 동시에 그 모태로부터 물려받은 기름진 땅 같은 우리 자신의 땅성(Earthiness)과 동무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 땅은 정직하다. 인간 중심적인 이기와 탐욕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서 저 정직한 땅성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 내면의 심층으로부터 어떤 영원의 현존을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창조적 에너지의 체험이며 만유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명경시와 창조 또는 자연에 대한 학대 착취가 만연하여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통제능력 밖의 일이 된지 오래다. 땅의 신음소리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도처에서 너무나 크게 울려오기 때문에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 신음 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구온난화 현상과 거기 따른 가공할만한 환경의 돌변과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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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흙버섯. Phellium robustus 또는 Fomes robustus. 여름에 참나무 등 활엽수 고목에 돋는다. 상황버섯의 일종으로 약용버섯이며, 그 생약명은 粘土桑黃[신칭]이다[박완희]. 이 버섯은 죽은 참나무 위에 돋았다.)
2007년 봄에 나온 사이언스 紙(Science)를 보면 일 년에 한 번만 돋던 버섯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두 번씩 돋고 있다는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이 발견한 이러한 사실은 지구온난화가 생물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가장 놀라운 사실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따르는 기후의 변화가 생물계의 생활주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이루어진 몇 가지 연구는 이를테면 지구온난화에 따르는 기후변화가 꽃을 피우는 식물들 가운데 그 꽃피는 시기를 앞당겨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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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색잣버섯(임시이름). Lentinus torulosus 또는 Panus conchatus자갈색참버섯[임시이름]. 영어속명은 Smooth Panus 또는 Conch Panus. 한국미기록종인 듯하다. 갓은 어리고 신선할 때 보라색 또는 라일락 갈색을 띄우지만 차차 늙어 갈수록 갈색을 띄우게 된다. 어릴 때 갓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려 있으나 차차 자라면서 펼쳐지고 물결치듯 굴곡을 나타내며 갓 중앙이 오목 들어간다. 느타리버섯처럼 내리주름인데 느타리버섯과 달리 짧은 줄기가 있다. 얼핏 보면 느타리버섯과 혼동하기 쉬우며 식용버섯이지만 질겨서 먹기 힘 든다. 가을과 봄에 죽은 활엽수 그루터기나 쓰러진 나무위에 돋는다. 이 버섯은 이른 봄에 느타리버섯이 좋아하는 죽은 튤립 포플러 나무에 돋았다.)
영국의 과학자 알란 게인즈(Alan Gange)와 그의 동료 연구관들이 315종의 버섯을 관찰 조사해 보았더니 지난 56년간 많은 버섯들의 그 번식기간이 평균 33일에서 그 배가 넘는 74일로 늘어난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만 돋던 버섯들이 봄과 가을 두 번씩 돋는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이 시작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사실이라고 한다. 과학자 게인즈는 이른 봄 찬 서리로 말미암아 그 균사 성장이 억제 당하던 것이 기온 상승으로 말미암아 서리가 녹아 없어졌기 때문에 버섯이 그 균사 성장을 멈출 필요가 없게 된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렇게 일 년에 한 번만 돋던 많은 버섯들이 이제 일 년에 두 번씩 돋게 됨으로 말미암아 생태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버섯의 균사성장이 배가함으로써 그만큼 죽은 나무와 같은 유기물 분해율도 배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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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우산버섯. Polyporus brumalis. 영어속명은 늦가을 추울 때 돋기 때문인지 Winter Polypore라고 부른다. 암흑갈색 갓 중앙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둥근모양이며 줄기를 가지고 높이 1-4cm 크기로 똑바로 서 있는데 연한 가죽질이지만 마르면 딱딱해 진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늦가을 활엽수의 고목이나 마른 가지 위에 돋는다. 그 살이 희며 독은 없지만 질겨서 식용불가능하다.)
가을에만 돋는 버섯들이 봄에도 돋는다면 그 버섯이 식용버섯일 경우 반가운 일일 터이지만 그렇게 반가운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생물의 생명주기가 크게 변화됨으로 말미암아 생태계에 어떤 갑작스러운 변화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온의 변화에 따른 기후의 급격한 변화와 재난 때문인데, 생물계의 생명주기 변화는 이 땅위에 또 어떤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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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주름버섯. Agaricus arvensis. 영어속명은 Horse Mushroom이다. 미국 동부지방에서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비 많이 온 뒤 주로 가정 집 잔디 밭 위에 많이 돋는데 흔히 균륜을 이루고 돋는다. 갓이 제법 큰 편이고 흰색이며 갓 가장자리에 베일 인편이 남아 있고 상처내면 황색으로 변한다. 줄기에 고리가 있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이렇게 걱정하고 있을 즈음 캐나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열대지방이나 아열대 지방처럼 기후가 더운 지방에서나 발견되던 균류(Fungus, 버섯도 fungus의 일종이다)로 말미암는 폐 감염질환이 최근 들어 밴쿠버 섬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9년 브리티시컬럼비아 밴쿠버 아일랜드(Vancouver Island)에 사는 주민이나 방문객은 물론 가축이나 야생동물 사이에 Cryptococcus gattii 감염사례가 발생하기 시작, 2003-05년 에는 세 명의 사람과 8마리의 동물이 감염된 것이 발견되었다. 밴쿠버 섬 이외의 지역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하였는데, 2007년 1월에 질병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에서 발행된 Journal of Emerging Infectious Diseases(Vol. 13, No.1) 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주에서 고양이 3마리가 감염되었고 오리건 주에서는 사람 두 명이 감염됨으로써, 이 질병이 점점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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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잎새버섯. Meripilus giganteus 또는 Polyporus giganteus 또는 Grifola giganteus. 영어속명은 이 버섯을 건드리거나 상처를 내면 흑변하기 때문에 Black-staining Polypore라고 부른다. 자실체는 엄청나게 큰 부채형 갓이 사방으로 중첩하여 발생하고 회갈색에서 다갈색이고 조직은 질긴 육질인데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차차 흑색으로 변한다. 주름이 없는 구멍장이버섯이며 언제나 가을 잎새버섯보다 먼저 참나무나 너도밤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다. 아주 어린 것은 쇠 간 느낌을 주는 식용버섯이라고 하지만 질기고 끓이면 흑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식용가치가 없고 다량 섭취하였을 때는 방향감각 장애와 현기증 위장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폐질환 감염이 호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 남미, 그리고 미국의 남서부 지역과 같은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 아닌 곳에서 급증하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가 그 주원인이 아니냐는 점이다. 이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균류는 단세포로 된 담자균류(single-celled basidiomycete fungi)인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균류의 포자나 균사를 폐 안으로 깊숙이 흡입함으로써 주로 폐에 감염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 균류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또는 동물에서 동물로 또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은 아니고 오직 그 균류가 서식하고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흡입함으로써만 감염된다고 한다. 이 균류를 접하기란 흔하지 않겠지만, 만일 흡입하게 되면 허파 깊숙이 들어가 자리 잡고 폐렴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중추신경계통을 공격하기도 하고 뇌로 들어가면 뇌수막염 같은 질병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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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종버섯. Conocybe lactea. 영어속명은 옛날에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벌로 씌우는 원추형 모자처럼 생겼다 하여 White Dunce Cap이라고 부른다. 갓은 크림 흰색이며 원추형인데 갓 중앙은 크림 황색 또는 황토색이다. 방사선 무늬가 있고 습하면 점성이 있다. 주름살은 마르고 거의 붙은형이고 암갈색-계피색이며 살은 부서지기 쉽고 흰색이고 맛과 향이 별로 없다. 포자색은 진한 녹슨색(cinnamon-brown)이다. 봄-가을에 길가, 목초지, 보리밭, 잔디밭, 공원에 많이 돋는 도시형 버섯이다. 식용할 수 없다. 이 버섯은 공원 피크닉 테이블 옆 멀칭한 곳에 돋았다. 피어나자마자 몇 시간 안에 이울고 만다.)
Globe and Mail 지 2007년 2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6년 12월 현재 165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하였고 그 가운데 8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상 북미버섯학회지 The Mycophile, Vol.48:2, March/April, 2007, Fungi in the News 가운데서 참고). 물론 조기에 발견하면 항진균제(anti-fungal medication) 투여로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균류에 의한 질병 발생과 지구온난화 문제는 우리 모두 예사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한시도 잊지 말고 진지하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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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알점균. Leocarpus fragilis. 영어속명은 벌레알같이 생겼다 하여 Insect-egg Mass Slime이라고 부른다. 그 크기가 0.5-1.5mm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주황색 점균이 마치 곤충이 알을 슬어놓은 것처럼 무리지어 돋은 것을 볼 수 있다. 가을에 죽은 잎사귀나 썩은 나무 또는 산 나무에도 돋는다.)
기사입력시간 : 2008-04-05 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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