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22)
버섯에 대한 속설(俗說) 벗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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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인 코커광대버섯을 먹고 있는 민달팽이)
버섯 채취하러 나서기 전에 우선 버섯에 대하여 항간에 나도는 일반적인 속설을 벗겨낼 필요가 있다. 버섯 가운데는 독버섯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문화든지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분해 내기 위한 일반적인 법칙이나 간단한 구분방법을 발달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먼저도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색깔이 고운 것은 독버섯이고, 줄기가 길게 찢어지는 것이나 나무에 돋은 것은 식용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그것이다. 대체로 독버섯에 대한 한국의 속설은 다음과 같다. 독버섯은
* 색깔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화려한 것
* 버섯 줄기가 세로로 찌어지지 않고 부스러지기 쉬운 것
* 쓴맛, 신맛, 그리고 악취를 가진 것
* 유액을 분비하는 것, 점성을 가진 것, 공기와 접촉했을 때 색깔이 변하는 것
* 은수저를 변색 시키는 것
(차동열, 장현우, 최신 약용버섯 재배기술, 서울:문예마당, 2000, 337-339쪽)
이러한 항간에 떠도는 버섯에 대한 속설들은 생물학적 관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보다 지나치게 일반화한 말들이기 때문에 대체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그래서 잘못 믿으면 위험하고 자칫 죽음도 불러 올 수 있다. 버섯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관찰과 실험에 따른 지식의 결과로 버섯을 안내해 주는 좋은 책자들이 많이 출판되어 있어서 옛날 항간에서 떠도는 속설들이 많이 수정되었다. 그러나 동서양을 통하여 아직도 항간에서는 그러한 속설들이 큰 위력을 간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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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가을황토버섯 [Galerina marginata 또는 autumnalis]은 이렇게 죽은 나무 위에 돋았다.)
* 독버섯은 은 숟갈의 색깔을 변하게 한다.
* 독버섯은 쌀과 함께 요리하면 쌀(밥) 색깔이 노란색이나 청색으로 변한다.
* 독버섯과 함께 조리한 마늘은 그 색깔이 검게 변한다.
* 버섯을 철저하게 끓여서 익히면 안전하다(이를테면 뽕나무버섯은 날로 먹으면 중독되지만 잘 익혀먹으면 괜찮다. 물론 이 말은 어떤 종류의 버섯 독은 열에 약하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어느 독이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 독버섯은 껍질을 벗겨낼 수 없다(바꾸어 말하면, 껍질이 안 벗겨지면 독버섯이다).
* 버섯을 쇠붙이(예를 들면 동전)와 함께 요리하면 안전하다(이탈리아의 속설).
* 버섯을 돌배나 배나무가지와 함께 요리하면 안전하다.
* 만일 닭이 버섯을 안 먹으면 그 버섯은 독버섯이다(나이지리아의 속설).
* 나무에 돋은 버섯은 안전하다(한국을 포함하여 서양에서도).
* 만일 동물이나 벌레 또는 곤충이 먹는 버섯은 안전하다(한국을 포함한 서양의 속설로 가 장 위험한 속설. 왜냐하면 한 송이만 먹어도 어른이 죽는 맹독버섯인 알광대버섯[Amanita phalloides]은 토끼나 다람쥐가 먹어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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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인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 (Jack O'Lantern. 다발로 돋아 있는 버섯 한 부분의 훼손된 모습이 보이고 그 버섯 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것은 다람쥐가 뜯어먹은 흔적임을 알 수 있다. 사슴들은 많은 부분을 뭉텅뭉텅 잘라 먹는다.)
위에 열거한 속설들 외에도 터키에는 아래와 같은 속설이 있다고 한다. 참고하시기 바란다.(절대로 아래 속설 고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 소금이나 식초를 넣고 버섯을 삶으면 안전하다.
* 버섯에서 좋은 냄새가 나거나 맛있는 냄새가 나면 독버섯이 아니다.
* 말린 버섯은 독이 없다.
* 요구르트와 함께 먹으면 안전하다.
* 철분이 많은 땅에 돋은 것은 독버섯이다.
* 본래 버섯은 독이 없으나 독사가 독버섯을 만들 수 있다.
* 들판 풀밭에 돋는 버섯은 절대로 독이 없다.
* 채취한 버섯에 상처를 내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안전한 버섯이라고 볼 수 있다.
* 채취한 버섯에 상처를 내어 즉시 청색으로 변하면 독버섯이다.
* 독버섯과 식용버섯은 각기 다른 토양에서 돋는다.
아프리카 잠비아와 자이에르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자문을 청하는 사람은 버섯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다”(The one who asks is the one who does not get poisoned by mushrooms). 무슨 뜻이냐 하면 누구든지 버섯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전문가나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독버섯인지 아닌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속담도 있다. “규칙이 없다는 것이 오직 하나의 규칙이다”(No rule is the only rule). 참말 그렇다. 독버섯을 가려낼 수 있는 일반적인 규칙은 없다. “어느 버섯이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오직 한 번뿐이다”(Any mushroom is edible....Once!). 어느 버섯이나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먹으면 죽고 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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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뽕나무버섯)
여담이지만 버섯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 하려고 한다. 1992년 조국을 방문하여 강화도 초입 문수산성에 갔을 때 일이다. 어느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듯한 분이 느타리버섯이라고 쓰여 있는 상자에 무엇을 담아다 주었다. 그래서 그 상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분명 느타리버섯을 담아 출하하는 상자임에 틀림없는데, 정작 그 상자에 그려있는 버섯 그림은 광대버섯이 아닌가! 나는 기겁을 하게 놀랐다. 만일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광대버섯을 느타리버섯으로 오인할 것이 아니겠는가! 광대버섯을 채취하여 느타리버섯으로 알고 먹는다면 이건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즉시 그 사실을 알리고 그 상자 주인에게 경고하여야 한다고 단단히 일렀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없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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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독성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 한 송이만 먹어도 간이나 콩팥의 기능을 잃어 사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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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버섯. 느타리버섯은 죽은 나무 위에 돋고 광대버섯은 땅위에 돋는다.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 보시면 광대버섯과 느타리버섯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실 수 있다.)
또 한 이야기는 시사해주는 바가 많은 이야기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즐겨 시청하셨겠지만 한국 KBS 1TV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방영하던 농촌 인기프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있다. 한 번은 버섯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다. 과수원 댁 큰 며느리가 다른 동네 분과 둘이서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시장에 가져다 파는 이야기였다. 버섯을 벌여 놓고 팔면서 계속 그 생버섯을 먹어가며 소리 질러 팔고 있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 버섯 이름은 개금버섯이라고 하였다. 시장에 나온 몇 사람에게 팔고 남은 것은 이웃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문제는 저녁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한다. 큰 며느리가 샐샐 웃는 것이 꼭 다른 사람을 희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웃지 말아야할 상황에도 샐샐 웃어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시장에서 버섯을 사간 부인 한 사람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행동이 이상하더니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말아 결국 큰 소동이 벌어지게 되었다. 버섯을 얻어다 먹은 이웃도 같은 증상을 보여 나중에야 그것이 야생버섯 중독 때문인 것이 밝혀지고, 하루가 지나서야 괴상하게 웃는 증상이 없어져 오해가 풀린다는 대략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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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뽕나무버섯
(지방에 따라 일명 개금버섯이라고도 불리는 뽕나무버섯은 날로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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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다발버섯. 이 버섯 역시 노란 뽕나무버섯과 같은 시기에 죽은 활엽수 그루터기에서 돋는 뽕나무버섯과 아주 흡사한 버섯 Look-alikes 이다. 그런데 뽕나무버섯의 포자색은 흰색인데 비하여 이 노란다발버섯의 것은 엷은 보라색이며 그 맛이 쓴 것이 특징인 독버섯이다. 미국에서는 단지 위장장애만 일으키는 독버섯이지만, 유럽이나 일본과 한국에서는 치명적 독버섯이다. 이렇게 지방이 다르면 같은 버섯일지라도 그 독성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전하는 버섯에 대한 정보가 재미있고 계몽적이다. 농민이나 대중들이 즐겨 보는 프로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녹화하기 전에 최소한 그 버섯에 대하여 버섯 전문가에게 자문을 청했다고 본다. 우선 개금버섯이라고 하는 것은 뽕나무버섯을 가리키는 지방명(지방에 따라 버섯 부르는 이름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학명이 필요한 것이다)이다. 이 버섯은 날로 먹으면 중독된다. 그러나 샐샐 웃는 중독현상이 아니라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판 버섯은 무슨 버섯이었을까 그것은 이른 바 개금버섯(뽕나무버섯)과 같은 시기에 같은 환경에서 돋는데다가 생긴 것도 개금버섯과 비슷해서 개금버섯(뽕나무버섯)으로 오인할 수 있는 갈황색미치광이버섯(Gymnophilus spectabilis, Laughing Gym)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이 버섯을 가리켜 “웃기는 버섯”(Meitake, laughing mushroom)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쨌든 그 프로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 사실을 일러준다. 버섯은 날로 먹으면 중독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초보자들은 그 버섯이 그 버섯 같이 생겨서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모양새가 비슷하여 혼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자, 그러면 버섯을 언제 어디서 채취할 수 있나요?
기사입력시간 : 2008-01-30 23:25:19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최종수#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