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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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버섯동호회 회원들이 숲에서 버섯을 관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15일부터 17일 까지 펜실베이니아 주 중남단에 있는 Kings Gap Environmental Center에서 뉴저지버섯동호회(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버섯 모임에 참석하였다. 마침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약 70km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모였기 때문에 회원들과 함께 숙식은 하지 아니하고 토요일 낮 모임에만 참석하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오전 오후 두 번 버섯 채집에 참가하였다. 마침 이 뉴저지 모임에는 이 글을 쓰는 사람 말고도 이번 모임을 조직한 한국인 여성 테리라는 분과 생물학 교수로 은퇴한 한국인 박교수님이 회원으로 계셔서 반갑게 만나 함께 버섯 채집에 나섰다.
버섯동호회 모임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모두들 버섯광(mycoholic)이라고 할 만큼 그 열성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이 모임에는 뉴저지동호회 회원들은 물론 다른 지역 버섯모임의 회원들도 참가하였다. 이번 모임을 조직하고 총 지휘한 한국인 여성테리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리한 분으로 뉴스레터가 발행될 때마다 저널리스트를 능가하는 영어 필치로 재치 넘치는 글을 쓰는 놀라운 분인데, 그 열성 또한 대단하여 어디서 모이는 버섯 모임이든 참석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여러 곳으로 흩어져 버섯 채집에 나섰는데, 이 사람이 따라간 조는 자동차 3대에 나누어 타고 약 30km쯤 떨어진 주립공원으로 향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공원 지형설명을 들은 후 삼삼오오 각자 흩어져 숲으로 들어갔다. 이 사람은 특히 박교수님과 함께 버섯 채집에 나섰는데 이 분은 어찌나 세밀하게 살피시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박교수님은 현미경을 가지고 보아야 보이는 미세한 버섯들(slime mold 粘菌)에 특별 관심을 가지고 전공하시는 분이다. 호루라기처럼 목에 걸고 다니는 확대경을 가지고 가만 가만 걸으면서 죽은 나무껍질이나 가지를 주워들고 일일이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점균들을 관찰 채집하여 성냥갑만한 용기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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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목이 Pseudohydnum gelatinosum=Tremellodon gelatinosum. 영어속명 Jelly Tooth, Jelly Tongue 또는 Jelly Hedgehog. 흰색에서 회갈색을 띄우고 갓 위에 미세한 털이 있고 살은 젤리 같으며 투명하다. 갓 밑에는 흰 침이 무수히 돋아 있다. 생식할 수 있는 식용버섯이라고 하는데, 맛은 별로 없다고 한다. 많이 썩은 침엽수 위에 돋는다. 이 버섯을 처음 발견하고 사진을 찍다가 시간 약속을 어길 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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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혓바늘목이. 갓 밑에 돋아 있는 침들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이 글을 쓰는 사람은 혼자서 일행을 떠나 산 속을 뒤지기 시작, 몇 가지 버섯 사진을 찍으면서 마침내 희귀 버섯을 발견하고 좋아라 이모저모 사진을 찍다 보니, 아차 다시 모이는 약속시간이 다 된 것 아닌가! 버섯 바구니를 들고 등산용 지팡이를 휘저어가며 목에 걸린 카메라를 덜렁거리면서 허둥지둥 주차장에 당도하니, 다른 일행들의 차는 막 떠나고 있었다. 그런데 박교수님은 보이지 않고 테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박교수님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을 찾으러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길이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박교수님을 찾으러 소리쳐 부르면서 한참 숲속을 뛰어 들어가서야 이 분을 만나 돌아오게 되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서너 시간 운전해 와야 하는 먼 거리에 사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2박 3일 버섯모임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뉴저지 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돋는 색다른 버섯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사는 지역 주변은 다 뒤져서 다른 지역에 돋는 색다른 버섯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실정이다. 그래서 역시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동북부지역 모임, 미 전국모임은 물론 멀리 다른 나라로 가서 원정 채취까지 벌이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멕시코에도 연례행사처럼 원정을 가고, 이제는 유럽 모임소식이나 동남아 또는 일본, 중국 버섯모임 광고도 심심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배부른 나라에서나 있을법한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은 거의 모두 아마추어 버섯애호가들인데 이 분들의 버섯에 대한 관심은 가히 광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중남미 한국 선교사 가족 수련회 모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가 있는 브라질 이과수에서 모였을 때, 회의 도중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이과수폭포 구경을 갔는데, 이 글을 쓰는 사람은 폭포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혹시 버섯이 없나 버섯을 찾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적이 있다. 다른 분들이 모두 폭포 구경에 넋을 잃고 있을 즈음 이 사람은 이미 9종의 버섯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버섯에 미치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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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져지버섯동호회 버섯모임에 참석한 동부펜실베이니아 버섯동호회 회장이 회원들이 채취해 온 버섯들을 일일이 동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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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조직한 테리의 모습이 보이고, 사진 가장 오른 편에 뒷모습이 보이는 분이 한참 현미경 관찰을 하고 계신 박교수님이시다.)
그래서 버섯에 광적인 관심을 보이는 버섯광증(mycoholism)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증상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한 밤중에 미친 사람처럼 광대(버섯) 춤을 춘다든지, 물고기도 없는 숲속에 그물(버섯)을 던진다든지, 잔치도 없는데 국수(버섯)를 지나치게 많이 삶는다든지,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 싸리(버섯)문을 해 단다든지, 늙기도 전에 온통 얼굴이 주름(버섯)으로 덮여 있다든지, 슬프지도 않은데 말똥(버섯) 같은 눈물(버섯)을 흘린다든지, 그래서 대낮에 무당(버섯) 굿판을 벌인다든지, 지나치게 화장을 하여 얼굴에 곰보(버섯) 자국과 온통 연지(버섯) 자국으로 덮여 있다든지, 만원 지하철 안에서 마구 방귀(버섯)를 뀌면서 털어내는 바람에 먼지(버섯)와 냄새를 풍긴다든지, 안장(버섯)도 없는 말을 타고 다닌다든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땀(버섯)을 흘린다든지, 비 오는 날 우산(버섯)도 없이 쏘다닌다든지, 친구도 아닌 사람을 위하여 마구 금전 보증서에 도장(버섯)을 찍어댄다든지, 이유도 없이 나팔(버섯)을 불어댄다든지, 어린아이처럼 젖(버섯)을 달라고 운다든지, 눈알이 몽롱하게 환각(버섯)에 빠져 있다든지...........이렇게 버섯광의 광적 증상은 그 끝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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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뿌리광대버섯[필자 임시이름], Amanita daucipes. 영어속명 Carrot-foot Amanita 또는 Turnip-foot Amanita. 종이 접시 위에 놓인 버섯을 동정하여 그 학명과 채취한 장소와 그 환경, 채취한 회원의 이름 등을 적어 둔다. 나중에 일 년 동안 채취한 모든 버섯의 종류들을 분류 하고 컴퓨터에 입력한다. 이번 모임에서 총 160여종의 버섯을 채집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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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당근뿌리광대버섯이다. 갓 표면과 몸 전체에 건조하고 무수한 엷은 분홍색 가루 같은 인편이 있고 기부가 굵어지면서 무 뿌리처럼 긴 뿌리가 있다. 얼핏 위에서 보면 마치 당근 뿌리처럼 보인다. 2008년에는 이 광대버섯이 어디를 가나 참 많이 돋았다.)
자, 그렇다면 내가 버섯광인지 아닌지를 검사해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진단이 필요한 법이다. 아래 물음에 먼저 답해 보시기 바란다. 만일 각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이면 1점을 주시기 바란다.
___날마다 비가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가?
___죽은 나무 그루터기를 보면 맥박이 더 빨라지는가?
___"송이"라는 말을 들으면 손에 땀이 나는가?
___버섯을 채취하러 가기 위해 귀한 손님도 가족도 사업도 모두 내 팽개치는가?
___나만 알고 있는 송이나 느타리버섯 많이 돋는 곳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되면 슬쩍 다른 화제로 말꼬리를 돌리는가?
___자면서 꿈을 꿀 때 버섯 횡재하는 꿈을 자주 꾸는가?
___야생버섯을 조리할 때 벌레 탄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___버섯을 채취하러 갈 때 방해를 받았을 경우 화가 나는가 이를테면 급히 일하러 가야한 다든가, 집에 일이 생겼다든가, 교통경찰의 속도 단속 등등
___버섯 초보자가 굉장히 맛좋은 버섯을 채취하였을 경우, 슬쩍 "그 버섯 참 흥미로운 것이군요. 혹시 제가 가져가서 좀 연구해 보아도 괜찮겠지요?" 하고 말하는가?
___버섯 이야기만 나오면 혼자서라도 몇 시간씩 떠들어 대는가?
___운전할 때 죽은 나무나 그루터기를 살피느라 사고 날 번한 적이 있는가?
___7, 8월 무더위도 아랑곳없고 12월, 1월 추운 날에도 버섯 살피러 산에 가는가?
___자동차 트렁크에 다른 것은 몰라도 커다란 식칼과 버섯 담을 큰 바구니를 사시사철 언제나
싣고 다니는가
___버섯 찾느라 땅만 내려다보고 다녀서 허리가 구부정하게 신체적 이상이 생길 정도인가?
___버섯도감이 새로 출판되면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서둘러 사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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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회원들이 발견한 희한한 버섯 가운데 하나인 황토색어리알버섯에 기생하는 기생그물버섯[필자임시명명] Boletus parasiticus=Xerocomus parasiticus. 영어속명 Parasitic Bolete.)
만일 여러분의 점수가
* 0-4점.....당신은 정상이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 5-8점.....어쩌면 당신은 버섯광일지도 모른다. 정밀진단을 위해 몸의 포자를 채취하여 검사를 받아야한다.
* 9-14점...분명 당신은 버섯광이다.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
* 15점 이상이면 당신은 치료 불가능하다.
15점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여도 걱정은 마시라. 왜 치료가 불가능한 버섯광인 당신은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북미버섯학회 뉴스레터 The Mycophile, Vol. 46:4, July/August 2005에 실린 Scott Stoleson의 "Are You a Mycoholic Take This Test to Find Out"이라는 글에서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쳐 만든 것이다.)
기사입력시간 : 2008-09-05 11: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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