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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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끼고 있는 메릴랜드 주립공원 Greenbrier State Park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 모습. 뽕나무버섯, 개암버섯, 잎새버섯, 느타리버섯, 싸리버섯, 그물버섯, 먹물버섯, 노루궁둥이버섯 등 식용버섯을 10월, 11월 가을에 많이 채취하였다.)
숲속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무들의 생명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버섯 같은 균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공로 때문이다. 버섯은 말하자면 아름다운 나무들의 가장 친한 벗들이다. 이들의 숨은 봉사 덕분에 나무들이 생생하게 자라는 것이다. 버섯을 식물 가운데 하나로 보기 쉬운데, 버섯에는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탄산동화작용을 통하여 양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래서 기존(旣存)의 양분을 가진 다른 유기물, 이를테면 나무나 곤충 또는 분(糞) 같은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 뿌리에 돋기도 하지만(부생균), 산 나무나 뿌리 또는 곤충에 돋아 기생하기도 하고(기생균), 또는 나무뿌리 근처에 붙어서 나무에게 수분과 인이나 질소와 같은 무기영양분을 공급하고, 대신 나무로부터 버섯은 당분을 얻으면서 공생하는 것도 있다(공생균). 그래서 버섯의 균사는 나무뿌리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의 90%가 2500여종의 버섯 균사와 공생 관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랜 옛날 물속에서 살던 식물이 물 위로 올라와 육지에서 살게 된 계기를 만든 것은 버섯과 공생관계를 맺은 때문이었다고 한다. 버섯이라고 부르는 자실체는 단기간 생존하지만 땅 밑에 있는 버섯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균사는 여러 해 살아 있다. 그래서 해마다 같은 시기에 같은 곳에서 똑같은 버섯을 채취할 수 있다. 해마다 9월경 뻗어가기 시작하는 소나무 짠 뿌리 가까이에서 소나무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송이버섯 같은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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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버섯, 영어속명은 Birch Polypore, 학명은 Piptoporus betulinus)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생물이 다 그렇다. 버섯은 우리가 상호 의존하는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우리에게 생태계의 상호 의존관계와 주고받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상생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버섯의 생태는 우리에게 상생의 지혜를 일러준다. 물론 살아 있는 나무뿌리에 붙어사는 공생균 버섯들은 결코 서로를 해치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키워 주면서 더불어 살아간다. 공자의 제자들이 하루는 선생님에게 그의 가르침을 단순하게 설명해 달라고 하자, 자기의 가르침을 호혜(互惠)라는 한 마디로 요약하였다고 한다. 호혜란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주고받음의 관계를 뜻한다. 대체로 버섯 가운데 나무와 버섯 사이의 이러한 호혜관계에 있는 공생균이 더 많은데, 말하자면 이 공생균들은 그러한 호혜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주로 썩은 나무에 돋는 부생균 버섯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작업과 땅을 다시 살리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공생균과 부생균은 우주 자연세계의 양육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비록 부생균이라 할지라도 어느 일정한 나무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자작나무버섯은 반드시 죽은 자작나무에만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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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포플러나무. Yellow-poplar 또는 Tuliptree라고도 한다. 학명은 Liriodendron tulipifera.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은 이 나무를 가리켜 "숲속의 아폴로" 라고 하였다 한다. 최근 조국방문 중 한국에도 이 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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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포플러나무 잎과 꽃)
그래서 버섯을 연구하려면 나무에 대해서도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버섯 연구 20여년 만에 2006년 11월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즐겨 먹는 느타리버섯((Oyster Mushroom)이 죽은 튤립포플러(Tulip-poplar)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 나무는 목련과에 속하는 나무로 5월말 6월 초에 노란 목련꽃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다. 주로 산골짜기 낮은 곳 물이 가까운 곳에 곧게 높이 자라며 그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거의 11월 한 달 동안 이 나무가 쓸어져 죽은 곳마다 느타리버섯이 엄청나게 많이 돋아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이제는 이 나무가 쓸어져 있는 곳을 주로 살피게 되었고 어김없이 느타리버섯이 다량 돋아 있었다. 물론 느타리버섯은 다른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 이를테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Oak)에는 잘 안 돋지만 미루나무, 버드나무, 오동나무, 사시나무포플러(Aspen), 너도밤나무(Beech), 플라타너스(Sycamore), 단풍나무(Maple) 같은 나무에서도 잘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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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바늘버섯, 영어속명 Northern[또는 Shelving] Tooth, 학명은 Climacodon septentrionale. 살아 있는 단풍나무[Maple]에 약 1.5m나 되는 높이로 층층이 돋아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기생균으로 버섯 밑에 가는 침 같은 것이 돋아 있다. )
그리고 비록 다른 살아있는 나무에 붙어 그 나무에 해가 되는 기생균의 경우를 보아도 기주(寄主)가 자기는 희생되어 죽어가면서도 기생균을 양육한다는 뜻에서 “모든 것은 다른 것을 먹이고 양육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관계가 일차적으로 양육의 관계”(Thomas Berry 신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주를 있게 만드는 것은 자기희생이라고 하며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를 위해 희생된다”는 뜻에서 기생균 버섯의 존재는 그 기주인 나무나 곤충이나 또는 다른 버섯의 희생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비록 기생균이라 할지라도 각각 그 하는 역할과 뜻이 있다. 오늘날처럼 화학 약품에 의존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무익하다고 생각되는 곤충이나 식물들을 한꺼번에 없애려는 심산으로 살충제나 제초제를 남용 살포하여 오히려 유익한 동식물들마저 싹쓸이 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기생균은 말하자면 자연은 자연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진리를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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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균인 번데기동충하초, Cordyceps militaris. 말하자면 이 동충하초는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 기생함으로써 그 수를 자연 통제해 주고 있다. )
이렇게 버섯은 우주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 공동체의 한 고리 역할을 하면서 서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이 공생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토록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실은 서로 서로 연결되어서 부생균은 부생균대로, 공생균은 물론 기생균마저도 우주 삼라만상과 더불어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버섯은 태고 적부터 아무 말 없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 그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기사입력시간 : 2007-11-08 02: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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