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23)
언제 어디서 버섯을 채취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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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장이버섯[신칭] 전 이름 개덕다리벌집[겨울우산]버섯을 올려다 본 모습)
처음에 버섯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언제 버섯이 돋는지를 잘 몰라서 한 번 버섯을 딴 곳에 거의 날마다 가서 찾아보군 하였다. 그러나 나중 알게 된 사실은 버섯 종류에 따라서 일정한 때에 돋는다는 점이다. 버섯도 시계를 가지고 있어서 버섯의 시간 지키기는 거의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느타리버섯은 대체로 봄과 가을 두 번 돋는다. 선선한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미국 동북부에서는 지역에 따라서 봄 5월 6월과 가을 10월과 11월에 돋는다. 그러나 또 알게 된 것은 한 겨울이라도 기온과 습도만 적당하면 느타리버섯이 1월에도 돋는다는 사실이다. 허지만 버섯이 돋는 시기는 대체로 4월 중순부터 11월 하순까지다. 미국 땅은 워낙 넓고 커서 위에 말한 버섯이 돋는 시기는 미 동북부지역에 주로 해당되는 것이고, 한국도 이 지역과 비슷하여 한국에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알고 보면 봄 버섯이 있고 여름 버섯이 있으며 가을 버섯이 있는데, 대체로 식용 버섯은 가을에, 그러니까 9월부터 11월까지 가장 많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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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버섯이 12월 말인데도 돋았다.)
그런데 어째서 어느 버섯은 뜨거운 한 여름에 잘 돋고 어느 버섯은 선선한 가을에 주로 돋는 것일까 그 이유는 버섯에 따라 구멍장이버섯(polypore) 종류는 건조에 강한 포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더운 한여름에 잘 돋는다. 그래서 영지버섯 종류는 6월 하순에서 7, 8월에 주로 채취한다. 그러나 반대로 건조에 약한 포자를 가진 버섯은 그 수명도 짧기 때문에 수분이 많은 가을에 주로 돋아나서 포자를 단시간 안에 퍼뜨린다. 떨어진 포자는 재빨리 균사를 발아시켜 짧은 기간 안에 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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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불로초는 5월 중순경부터 돋아 6월 말경에는 완숙한다. 위에 있는 사진은 5월 14일에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5월 19일에 찍은 것이다.)
버섯에 따라 일 년에 오직 한 번만 돋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일 년에 두 번 또는 여러 번 돋는 것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역 조사를 해서 기록해두면 대체로 그 돋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맞출 수 있다. 습기가 없으면 생장할 수 없기 때문에 가물고 햇볕 쨍쨍 나는 날이나 바람이 몹시 세게 부는 날은 버섯이 잘 돋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기와 버섯 돋는 패턴을 잘 관찰해 두면 좋다.
버섯은 습기가 있어야 돋기 때문에 비가 촉촉하게 한 이삼일 내리고 난 뒤에 이삼일에서 5일 안에 잘 돋아난다. 그래서 버섯에 미친 이 사람은 비가 오면 언짢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갑고 기쁘다. 독일에 갔을 때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햇빛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고 하기에 우리처럼 버섯에 미친 사람들에게 딱 알맞은 기후라고 하면서, 비 많이 온다고 짜증을 내고 우울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비오는 날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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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멍장이버섯[신칭], 개덕다리벌집[겨울우산]버섯은 이른 봄 4월말부터 물가 고목에 돋기 시작 가을까지 돋는다. 식용버섯이지만 맛은 별로 없다. 큰 것은 정말 어린이 장난감 우산만큼 크다)
가장 처음 돋는 봄 버섯 가운데 예를 들면 4월 하순경에 돋기 시작하는 구멍장이버섯(신칭) 전 이름 개덕다리벌집[겨울우산]버섯(Polyporus squamo)은 년 중 내내 조건만 맞으면 가을까지 돋는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에는 곰보버섯(Morchella esculenta, Morel)이, 5월 하순에는 봄볏짚버섯(Agrocybe dura[또는 molesta])과 볏짚버섯(Agrocybe praecox)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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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버섯은 봄에만 돋는다.)(곰보버섯은 미국 펜실바니아 근처에서는 주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돋는다. 영어속명은 튤립포플러 나무 숲 땅위에서 많이 돋기 때문에 Tulip Morel이라고 부른다. 곰보처럼 얽은 갓 부분이 약간 긴 것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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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볏집버섯[임시이름]. Agrocybe dura 또는 molesta. 영어속명은 갓 위가 갈라졌다 하여 Cracked-cap Agrocybe라고 부른다. 한국 미기록종이다. 인가 근처나 특히 공원 같은 곳에 나무를 갈아서 멀칭한 곳에 다량 돋는다. 식용버섯이라고 하지만 포자색이 갈색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국에서 식용한다고 하는 밀가루냄새 나는 볏짚버섯[Agrocybe praecox]은 갓이 갈라지지 않고 더 갈색을 띄우고 줄기에 막질의 턱받이[ring]가 있다. 이 버섯 역시 미국에서는 5월에 비 많이 온 뒤 멀칭한 곳에 많이 돋는다.)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에는 땅 위에 온갖 무당버섯, 젖버섯, 그물버섯, 갓버섯이 돋기 시작하고, 6월말 7월 아주 무더운 때는 죽은 나무에 영지버섯이 돋아나 다 자라서 채취하기 시작한다. 맛좋은 노란색 꾀꼬리버섯은 7월 하순 8월 초순부터 돋는다. 같은 시기에 번데기동충하초(Cordyceps militaris)를 많이 채취한 적이 있다. 또 이시기에 갓버섯의 일종인 독버섯으로 초록색 포자를 가진 흰갈대버섯(Green-spored Lepiota, Chlorophyllum molybdites)이 돋고, 광대버섯들이 돋아나기 시작 10월경에 그 절정을 이룬다. 8월말부터는 뽕나무버섯부치가 돋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밤에 빛을 내는 독버섯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Jack-O-Lantern(Omphalotus illudens)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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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젖버섯. Lactarius chrysorrheus. 한국에서는 젖을 제거하고 식용한다고 하지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과식하거나 생식하면 안 된다 한다. 그러나 먹지 않고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독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9월 들어서면 뽕나무버섯과 잎새버섯(Grifola frondosa, Hen of the Wood)이 돋기 시작하여 10월초까지 채취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독버섯인 노란다발버섯이 뽕나무버섯 돋는 모습과 비슷하게 함께 돋아나고 있기에 주의하여야 한다. 또 9월 말에서 11월 초순경 까지 돋는 늦가을버섯인 갓 색깔이 영락없이 벽돌색을 가지고 있는 개암버섯(Naematoloma sublateritium, Brick Top)이 죽은 활엽수 위에나 그 그루터기에 돋는다. 10월 하순에서 11월 하순 까지 느타리버섯이 돋아난다. 11월 하순 12월 초 첫눈 올 때까지 팽나무버섯과 민자주방망이버섯(Blewit)이 돋는다. 버섯의 돋는 시기를 알기 위해서도 버섯일지를 적으면서 관찰하면 대체로 그 돋는 시기를 알 수 있다. 위에 대강 그 돋는 시기를 적은 버섯들은 대체로 미국 동북부지역에서 돋는 것을 말한 것이고, 미국은 그 지역이 넓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그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버섯일지를 적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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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주방망이버섯. 식용이지만 몹시 미끄럽고 흙냄새가 나서 별로 식욕을 당겨주지 않는다. 늦가을-초겨울버섯이다.)
위에서 어느 버섯이 어느 시기에 돋는지 그 대략적인 시기를 말한 것뿐이고 정확하게 버섯이 돋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순전히 행운에 속한다. 어느 때는 비록 하루 이틀 사이라도 그 시기가 너무 일러서 버섯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어느 때는 시기가 늦어 벌레가 탔거나 너무 늙어서 식용하기에 어려울 때가 많다. 이렇게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때로는 좌절과 안타까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시기적절하게 버섯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더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버섯이 어디에 돋는가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 지역의 기후조건, 찾는 버섯의 종류, 한 해의 어느 달, 지리적 장소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물은 생명유지의 근본이다. 물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또 반대로 죽이기도 한다. 물 없이 생물은 살아 갈 수 없다. 그러나 이를테면 홍수는 때때로 생물을 죽이기도 한다. 물, 그러니까 습기가 없으면 아예 돋아나지 않는 생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버섯이다. 아무리 양분이 많고 기온이 맞는다 해도 수분이 없으면 몇 년이고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버섯이라는 생명체이다. 구약성경 시편에 보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는다 하였다. 강가나 개울가는 물론 호숫가에 가면 버섯이 많이 돋아 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 숲속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생명체가 버섯이다. 우리는 그동안 생물을 대체로 동물과 식물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자들이 버섯이 속해있는 곰팡이, 균류도 또 다른 생물체의 큰 무리로 보아 동물, 식물, 버섯(균류)으로 크게 셋으로 분류하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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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졸각버섯. Laccaria amethystea. 영어속명은 Purple Laccaria. 여름에 혼합림 숲속개울가 이끼 위에 여러 송이가 돋아 있었다. 식용버섯이지만 작고 흔하지 않아 별 가치가 없다.)
이렇게 버섯이 돋기 위한 조건으로 습기가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지 않고 가물 때에는 자연히 개울가, 호수가, 강가나 습한 골짜기처럼 습도가 높은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죽어서 쓰러져 있는 나무나 죽은 나무의 등걸(그루터기)은 흔히 주변 흙보다 습기를 더 오래 보존하기 때문에 그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비가 여러 날 계속 많이 내렸다면 그러한 곳은 너무 습하기 때문에 둔덕 위나 들판 또는 배수가 잘되는 것을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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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버섯, Birch Polypore)
버섯이 돋는 곳을 대별하면 나무에 돋는 것(죽은 나무나 뿌리에 돋는 부균생 버섯과 산 나무에 돋아 기생하는 것)과 땅위에 돋는 것(지상생) 두 가지다. 예를 들면 뽕나무버섯은 주로 죽은 참나무(Oak 종류) 그루터기 주변에 많이 돋고, 잎새버섯도 죽은 참나무(Red or Black Oak) 등걸 주변에 많이 돋는다. 느타리버섯은 죽은 포플러, 미루나무, 버드나무, 오동나무, 너도밤나무에 많이 돋는다. 2006년 11월 거의 한 달 동안 죽은 Tulip Poplar 나무마다 느타리버섯이 다량 돋은 것을 발견하였다. 쓰가불로초(Ganoderma tsugae)는 펜실바니아 주 나무인 죽은 Eastern Hemlock에만 돋는다. 그리고 자작나무말굽버섯도 오직 죽은 자작나무(Gray Birch)에만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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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Oak. 미국에서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라 할 것 같으면 대체로 5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버섯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Red 또는 Black Oak이다. 이 두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열리기 시작한지 둘째 해에 익기 때문에 도토리가 2년마다 열린다. 집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할 때에도 이 참나무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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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Oak. 이 도토리나무는 해마다 도토리가 열린다. 나무가 Black Oak나 Red Oak보다 강하며 더 단단하다.)
땅 위에 돋는 버섯들 가운데 광대버섯(Amanita), 주름버섯(Agaricus), 무당버섯(Russula), 젖버섯(Lactarius), 졸각버섯(Laccaria), 갓버섯(Lepiota), 그물버섯(Boletus) 외에도 여러 종류들이 있고, 이 버섯들은 대체로 어느 종류의 나무와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버섯들이 돋은 주변을 살펴보면 일정한 나무들이 가까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을 잘 찾기 위해서는 나무에 대하여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미국 동부지역에는 없지만 송이버섯은 소나무 가운데서도 오래된 늙은 적송과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나무 밑에서만 돋는 것이다. 그래서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와 참나무(도토리나무) 같은 활엽수가 섞여있는 혼합림에 여러 다양한 버섯들이 많이 돋는다. 주로 단풍나무(Maple)가 많은 곳에서는 땅 위에 버섯이 별로 돋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풍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버섯은 땅 위로 자실체(버섯)를 돋게 하지 않고 땅 속에만 사는 내생균(內生菌)이기 때문이다. 땅 위라 하여도 풀밭 또는 잔디밭 위에 돋는 것도 있고, 정원의 멀칭(mulching)한 곳에 돋는 것, 길가나 파헤쳐진 곳을 좋아하는 버섯도 있으며, 불 탄 곳을 좋아하는 곰보버섯, 심지어 사막이나 모래밭에 나는 것도 있다. 물론 어디서든지 조건만 좋으면 돋는 버섯도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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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가루각시버섯. 학명은 Leucocoprinus cepaestipes. 나무를 갈아 만든 나무 조각으로 멀칭한 곳 위에 다발로 돋아 있다. 영어속명 Onion-Stalked Lepiota. 이 버섯 전체에 하얀 가루 같은 잘디잔 인편으로 덮여있고 줄기 아래쪽이 갑자기 굵어져서 마치 양파모양을 가지고 있는 독버섯이다.)
그 밖에도 소똥이나 말똥위에 돋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 말똥버섯이 있고, 곤충의 번데기나 유충, 딱정벌레 같은 곤충에 기생하는 동충하초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버섯 위에 돋는 버섯도 있다. 버섯을 자세히 관찰하다가 보면 버섯의 생태를 알게 되면서부터 자연히 눈에 띄지 않던 버섯들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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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동충하초는 여름에 땅 위에서 돋는데 특히 습기를 잘 보유하고 있는 초록색 이끼가 많은 곳에 잘 돋기 때문에 초록색 바탕에 주황색 동충하초 자실체가 눈에 잘 띄게 돋보여서 찾아내기 아주 쉽다. 이 사진은 번데기 한 개에 동충하초 자실체 5개가 돋아난 것을 볼 수 있다. )
위에서도 말했지만, 습기를 좋아하는 버섯의 습성을 알면 자연히 비가 오지 않는다 하여도 늘 습기가 끊이지 않는 개울가나 골짜기 습한 곳 또는 호수가 숲속에 가면 가물 때에도 버섯을 종종 만나게 된다. 버섯을 연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경험이 늘어 가면 자연히 버섯이 돋음직한 곳을 알 수 있게 된다. 꾸준한 인내와 정진만이 버섯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해 준다. 자, 그러면 어떤 버섯을 특별히 피해야 하나요?
기사입력시간 : 2008-02-08 0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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