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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싯깃으로 사용하는 버섯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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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의 신비(145)

www.jadam.kr 2015-01-12 [ 최종수 ]
말굽버섯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시청해 보면 성냥이나 라이터 없이 불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런데 불을 일으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도 불을 얻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최는 미국 TV 프로그램 가운데도 살아남기 게임(survival game)을 자주 시청하게 되는데 역시 원시적 방법으로 불을 일으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오늘은 불을 일으키는 부싯깃으로 사용하는 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야생버섯을 관찰하는 야생버섯 애호가들 사이에 영어 일반명으로 False Tinder Fungus(유사 부싯깃버섯)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흔히 돋는 말굽버섯(Fomes fomentarius)이다. 그런데 어째서 false(유사 또는 가짜)라는 말을 붙였을까 본래 이 말굽버섯은 차로 달여 마시거나, 부싯깃으로 사용하든지 또는 가루를 내어 지혈제로 사용해 온 역사가 꽤나 오래된 버섯이다.1991년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5,300년 전 빙하 석기시대의 인간으로 추측되는 냉동인간의 미이라가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손 주머니에서 말린 말굽버섯 쪼가리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 냉동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불을 만들기 위하여 그 버섯을 부싯깃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말굽버섯은 성냥이 발명되기 전까지 부싯깃으로 사용해 온 것은 물론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옛날 불을 보관하거나 불을 이동할 때 또는 불쏘시개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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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말굽버섯

그러나 실제로 말굽버섯을 가지고 불을 일으켜 보면 불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고 한다. 불을 잘 일으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전 준비 조치가 필요하다. 말굽버섯의 조각을 물에 끓이거나 나무 잿물 속에 담갔다가 젖은 버섯 조각을 마른 나뭇재 속에서 가볍게 두드린 다음 이리저리 굴려서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말려야 불꽃이 쉽게 옮겨 붙어 불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러한 사전 조치가 없다면 불을 잘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가짜” 부싯깃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복잡하여 실용성이 적고 야생에서 급히 불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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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버섯

그런데 한번만 그어 불꽃을 일으켜도 아주 쉽게 불을 일으킬 수 있는 버섯이 있다. 그 버섯은 바로 세계 도처에서 약용으로 귀하게 사용하는 차가버섯(Inonotus obliqus)자작나무에 종양처럼 돋는 시커먼 목탄처럼 생긴 버섯이다. 불꽃(spark)을 한 번만 그어 튕겨도 금방 불이 붙는다. 그래서 차가버섯을 영어 일반명으로 True Tinder Fungus라고 부른다. 진짜 부싯깃 버섯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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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버섯

실제로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메리랜드 주 서북쪽 끝머리 Friendsville이라는 시골에 있는 하딩인삼농장(Harding Ginseng Farm)을 방문하였을 때, 장뇌삼이나 자연산 천종삼은 물론 인삼으로 만든 여러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쓰가불로초나 차가버섯 같은 약용버섯도 판매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차가버섯은 미국에서도 만나기가 쉽지 않아 사진 좀 찍자고 하니 커다란 두 덩이를 내어 준다. 사진 촬영이 끝났을 때 하딩씨는 차가버섯을 일명 라이터(Lighter)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차가버섯을 한 줌 뜯어내더니 자기 라이터로 불을 붙여 보여준다. 금방 불이 붙어 뭉근히 연기를 내면서 타기 시작하자 입김을 훅 불어 넣으니 불길이 솟아오른다. 차가버섯을 부싯깃으로 사용하면 차돌에 쇠붙이를 단 한방만 긁어 쳐도 스파크(불꽃)가 붙어 곧장 불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부싯깃버섯(True Tinder Fungus)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차가버섯은 불을 일으키기 위하여 말굽버섯처럼 복잡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자작나무에서 차가버섯을 떼어내어 말리기만 하면 “준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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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불로초(잔나비걸상)

그러나 문제는 있다. 준비과정이 복잡한 말굽버섯마저 잘 돋지 않는 지역이나 약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쉽게 만날 수도 없는 차가버섯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찌할까 그 대용으로 다른 버섯을 찾아 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비교적 흔한 구멍장이버섯 류 가운데 잔나비불로초(=잔나비걸상 Ganoderma applanatum)나 소나무잔나비버섯의 자실층에 나무 활줄을 이용한 돌림마찰을 통하여 불을 일으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버섯도 없을 경우 나무판 위에 활줄을 이용하여 마찰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 때 연기는 피어올라도 불은 잘 붙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활줄 마찰 로 검게 타기 시작하는 둥근 구멍 옆으로 홈을 내어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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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잔나비불로초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survival)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이상 원시적 방법으로 불을 일으키는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름철 캠핑 나가서 성냥이나 라이터 등 아무런 장비 없이 불을 지필 때 시도해 볼 일이고, 예기치 않는 사고로 조난당하였다면 사정이 좀 다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말굽버섯이나 잔나비불로초 또는 다른 두터운 구멍장이버섯 류에 식용유를 부어 한쪽 끝에 불을 댕기면 몇 시간 등잔불 대용으로 불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이다. 램프도 없고 건전지 불도 없을 때 한 번 시도해 봄직한 일이다. @

참고문헌

Joseph McFarland,"More Details about Fire and Fungi," Fungi, Vol. 7:1, Spring, 2014, pp. 41-44.

기사입력시간 : 2015-01-12 11:23:17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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