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버섯의 신비(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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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는 대로 범죄수사과학(forensics 또는 forensic science)이란 재판정에서 재판할 때 사용될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수사과학은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학제간 연구로 식물학, 동물학은 물론 무기물 증거물들도 연구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분야의 연구가 개척되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범죄 과학수사를 위한 법균류학(forensic mycology) 가운데 자갈버섯류(Helbeloma sp.) 버섯에 대한 연구와 그 적용이다. 자갈버섯류 버섯들은 범죄 수사와 법정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견 없는 과학적 증거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
이태수박사 외 여러 분들이 내신 한국의 버섯도감(I)에 보면 자갈버섯류 가운데 긴뿌리자갈버섯(H. spoliatum)은 암모니아 균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동물의 배설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포도색자갈버섯(H. vinosophyllum)은 숲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또 뿌리자갈버섯(H. radicosum)은 두더지 굉도에도 돋는다 하는데 이 자갈버섯도 두더지의 배설물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86-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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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갈버섯류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서 돋는 포도색자갈버섯은 포유류 동물의 시체를 선호한다고 한다. 1968년 일본 교또에서 포도색자갈버섯이 다발로 돋은 것을 발견하였다. 이 버섯이 돋은 토양을 자세히 검사해 보니 개의 사체가 그 질소의 근원지임이 밝혀졌다. 1975년에는 또 다시 교토대학교 캠퍼스 근처에서 같은 버섯 한 송이가 돋았는데 이 버섯이 돋은 표토층에 고양이의 뼈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혹시 동물의 시체보다 숲속 나무의 어떤 종류가 이 버섯 발생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아닐까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포도색자갈버섯은 속씨식물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또 다른 포도색자갈버섯은 겉씨식물 근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998년에 발견된 포도색자갈버섯은 동물의 두개골과 뼈와 깊은 관련이 있었는데 이 두개골과 뼈들은 큰부리까마귀의 것이었다고 한다. 자갈버섯류가 조류의 사체 근처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유럽과 북부 아프리카와 북미에서 돋는 Helbeloma sarcophyllum Peck의 발생은 아직 같은 생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지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자갈버섯류, 이를테면 북미 동부지역과 유럽에서 돋는 H. syrjens, 일본과 한국 및 유럽에서 돋는 뿌리자갈버섯(H. radicosum), 그리고 호주에서 돋는 H. animophilum은 부패중인 동물의 시체와 관련을 가지고 돋는다고 한다. 흔히 H. syrjens라는 자갈버섯은 "corpse finder"(시체 발견자?)라고 부르는데 이 버섯은 뿌리자갈버섯과 같은 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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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자갈버섯류는 범죄 수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당장 범죄 수사에 자갈버섯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어떤가 아직은 아니다. 버섯을 범죄수사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버섯은 직접 사체에서 돋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체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 때문에 돋는 것이다. 허지만 어떻게 사체 부패와 관련이 있는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질소가 얼마나 필요한지, 또 어떤 종류의 질소인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도, 습도, 산소의 양, 토양의 특성 등 시체 부패와 관련된 사항들을 정확하게 가늠해 보는 실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동불의 사체인지, 그 크기와 지방의 양, 근육 덩어리 등 부패율에 영향을 끼칠 점들 또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얕은 소견으로 말해 본다면 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하여 수사가 난항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혹시 자갈버섯이 돋는 곳을 눈여겨본다면 사체의 잔해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자갈버섯류는 사체의 소재를 알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Danny Haelewaters, "Helbeloma, Pioneer Genus in Forensic Mycology," Fungi Volume 6:3, Fall 2013, pp.47f.
이태수, 조덕현, 이지열 공저. 2010. 한국의 버섯도감(I), 서울: 저숲출판, 86-89쪽.
기사입력시간 : 2014-02-01 08: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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