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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노란색 비”에 얽힌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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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의 신비(130)

 

www.jadam.kr 2013-03-04 [ 구재필(우산돌이) ]
붉은사슴뿔버섯 Podostroma cornu-damae 이 버섯 속에는 6종의 트리코테신 진균류 독소가 들어 있다. 미국에서는 돋지 않는 이 귀한 버섯 사진은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빌려 주신 것이다.

 

세계 뉴스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1975년 월남전이 미국의 패배로 끝난 뒤 공산화의 물결을 타고 동남아에서 벌어진 갈등을 기억할 것이다. 통일된 베트남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캄보디아의 게릴라 크메르 루주의 공격을 받는다. 이 전쟁에서 베트남이 이겼고 캄보디아에 남아 있던 크메르 루주 패잔병들은 박해를 피하여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공산화한 인접국가 라오스에서도 미국 편에 서서 싸웠던 후몽 Hmong 사람들 역시 공산 라오스 정부의 박해를 피하여 산속으로, 정글로, 태국 국경 근처로 도피하였다.

 

1975년 여름동안 라오스로부터 슬금슬금 새어 나오는 소문에 따르면 공산 정부군이 후몽사람들을 탄압하고 산속 숨은 곳으로부터 몰아내기 위하여 소련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산속으로 도피하였던 사람들은 저공비행하는 비행기로부터 여러 종류의 독극물을 살포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말들을 종합해 보면 거의 70%의 소문이 기름 섞인 노란 액체에 관한 것이었다. 하늘에서 이 액체가 떨어질 때 나무 잎이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 같다 하여 후몽사람들은 “노란색 비”(Yellow Rain)라고 불렀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란색 비”에서 화약 냄새가 나며 나무 잎이나 바위, 또는 지붕위에 떨어져 노란 얼룩을 남긴다고 한다. 이 “노란색 비”를 많이 맞으면 코나 잇몸에서 다량의 피가 흐르고 실명하거나 진전(震顫 떨림), 발작과 다른 여러 신경증적 증후군,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1978년 캄보디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상처를 입었거나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수 천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생화학적 무기가 의심되었다.

 

우익 보수성이 강했던 미국 레이건 행정부에서 위의 소문들이 과대 포장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소련은 특히 생화학적 무기를 금하는 국제 무기협정을 위반하였다고 공개적인 비난을 퍼붓게 된 것이다. 월 스트릿 저널을 비롯하여 많은 신문 사설이 소련에 대한 이러한 비난을 주도하였다.

 

처음에 미국 화학무기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동남아 도피자들이 증언한 증상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생화학 무기로 말미암는 증상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1981년 미군 독극물 학자 Dr. Sharon Watson은 동남아에서 보고된 증상이 진균류 독소 가운데 트리코테신(trichothecene)이라고 하는 곡물에 발생하는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독성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미국 CIA는 라오스에서 비밀리에 “노란색 비”의 잔재를 수거하여 미네소타대학교 검사실에 분석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자연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세 종류의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가 검출되었다. 공교롭게도 소련에서 이 진균류 독소로 오염된 곡물은 오랫동안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여서 이 진균류 독소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런 사실이 생화학 무기개발에 대한 정황적 증거로 연루되어 더욱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실제로 소련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똑같이 생화학무기 개발 연구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노란색 비”는 생화학무기였다는 것이 분명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누가 만들었는가 베트남은 아니다. 베트남은 당시 이러한 무기를 만들 형편이 못 되었다. 그러면 중국이 중국은 베트남과 우호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공산권 나라는 소련뿐이다. 1981년 9월 13일 미국 과학자들의 애벌(preliminary) 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당시 미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는 소련이 공산 동맹국인 베트남과 라오스에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를 공급하여 미국 편에 선 라오스 후몽 사람들과 캄보디아 안의 반 베트남 세력에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하게 하였다고 비난하였다. 해당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과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세 종류의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를 발견하였다고 하면서 소련이 그 치명적 생화학 무기를 공급하였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는 계속하여 소련을 맹비난하였다.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신문 사설과 도서가 불티나듯 팔려 나갔다.

 

 

www.jadam.kr 2013-03-04 [ 구재필(우산돌이) ]
붉은사슴뿔버섯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러한 이야기는 미국 역사에서 잊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2년 2월 11일자 뉴욕 타임스 사설이 이 이야기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였다. “왜곡된 정보가 레이건 행정부로 하여금 소련과 베트남이“노란색 비”라고 알려진 생화학무기를 사용하였다고 비난하도록 만들었다.” 새삼스럽게 이 문제를 다시 들추어낸 것은 CIA 의 왜곡된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바로 알 권리 때문이다.

 

생화학적 무기로 사용된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에 대한 비난이 거짓 정보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훨씬 전부터 “노란색 비”가 생화학적 무기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였다. 하버드 대학교의 저명한 생물학자 Matthew Meselson 박사를 중심으로 소련과 베트남을 겨냥한 모든 주장과 비난에 대하여 의심을 품었던 과학자들은 CIA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하였다. 이들은 연구팀을 구성하여 “노란색 비”를 조사하기 위하여 동남아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가 동남아에서 자연 발생함을 밝혀내었다. 실제로 동남아 정글은 모든 종류의 곰팡이와 진균류로 감염되었다. 또 이들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증언도 신빙성이 없음을 밝혀내었다. 증언한 피해자들은 커다란 꿀벌 떼가 갈겨대는 무해한 노란색 배설물을 하늘에서 독소가 비처럼 내렸다는 화학무기와 혼동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이들의 조사 연구 결과와 증거 자료들을 모두 묵살해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Meselson 박사에게 비애국자요 미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좌익분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노란색 비”의 정체는 대형 꿀벌 떼의 배설물이었다. 꿀벌 떼들이 퍼붓는 배설물은 수백 수천의 노란색 얼룩을 남긴다. CIA가 수거한 노란색 얼룩에서 발견하였다는 진균류 독소는 실제로 노란색 얼룩에서 온 것이 아니라 미네소타 대학교 검사실에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왜냐하면 당시 미네소타 대학교 검사실은 진균류 독소를 검사하는 기관으로 문자 그대로 진균류로 오염된 엄청난 양의 곡물과 농산물을 다루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있는 독립 검사기관에서도 노란색 얼룩을 분석해 보았으나 진균류 독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보 분석은 불확실한 게임이다. 오류가 생길 수 있게 취약하고 정치적 의도가 숨겨진 왜곡일 수가 있다. 그런데도 끝까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정보기관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노란색 비” 이야기나, 이락 침공의 빌미가 된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거짓 정보, 나아가서 2001년 Anthrax 공격 이야기(911 사건 일주일 뒤 anthrax 포자가 담긴 우편물 배달 사건. FBI의 조사과정에서 애꿎은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이야기) 등 왜곡된 정보가 미치는 악영향과 피해는 진균류 독소만큼이나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www.jadam.kr 2013-03-04 [ 구재필(우산돌이) ]
역시 붉은사슴뿔버섯의 다른 모습. 이 사진 역시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빌려 주신 것이다.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는 여러 진균류에서 생기는 독소로서 특히 fusarium류에서 발생한다. 오직 한국, 중국 , 일본 등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에서만 돋는 붉은사슴뿔버섯 Podostroma cornu-damae(Patouillard)Boedijn에는 6종류의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가 들어 있다. 이 독소는 사람과 동물에게 매우 위험한 독소로 밀, 귀리, 보리, 옥수수와 같은 곡물이 상했거나 곰팡이가 피었을 때 흔히 발견된다. 북미에서는 해마다 가축들이 중독되고 세계적으로 사람들도 가끔 트리코테신 trichothecene 진균류 독소로 오염된 식품으로 말미암아 중독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중독 사건은 이차대전 직후 소련에서 발생하였는데 10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

 

참고문헌:

 

Britt A. Bunyard, "Apocalyps...Still?: Deadly mycotoxins were blamed as the source of Southeast Asia 'Yellow Rain' by CIA--30 years later and we still do not know the truth," Fungi, Vol.5, No.5, Winter 2012, pp. 6-9.

 

기사입력시간 : 2013-03-04 0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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